[][2014 지방선거] 우리는 왜 투표할까요?
우리는 왜 투표할까요?
정 재 림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칼럼리스트
선거 때는 “국민의 일꾼” 입니다.
바야흐로 투표 철이 다가왔다. 평소에 강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여줬던 정치인들도 투표 철만 되면 한없이 약한 국민으로 돌아온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의 전략도 가지각색이다. 평소 빗자루 한 번 잡지 않던 어느 정치인은 ‘일꾼’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이미 깨끗한 거리를 다시 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느 정치인은 국민 밑에서 일하겠다며 사람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결국,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정치인은 국회에 들어갔지만, 잔혹하게도 국민 위에 군림했다. 바로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국민을 두고 그는 냉정한 눈빛으로 시종일관 답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위해서였다.
6·4 지방선거 후보가 17일 완료되었다. 선거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뽑히는 일꾼은 모두 3,952명이고 후보는 8,994명으로 등록을 마쳤다. 최종 경쟁률은 평균 2.3대 1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방선거 후보 39.8%(중앙일보)나 전과기록이 있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전과 기록 공개 범위가 ‘금고 이상의 형’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탓이다. 하지만 10명 중 4명이 전과자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지난 5년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후보가 무려 22명이었고 무면허·음주 운전, 도박 등으로 법정에 섰던 후보도 다수 있다고 하니 우리는 우리의 대표로 누구를 뽑고 있는 것일까.
‘인재’로 시작해 ‘인재’로 끝나고 있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우리의 ‘직업윤리’의식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려준다. 끝까지 승객을 살렸어야 했던 선장과 승무원. 침몰하는 배를 앞두고 초동대처에 실패한 해경, 사망자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했던 한 고위 공무원, 종북몰이하다가 거짓으로 드러난 국회의원, 그리고 사고수습을 위해 모든 노력과 책임을 졌어야 할 청와대까지. 분명 서로의 ‘직업윤리’가 존재함에도 이들은 자신의 의무보다는 남 탓하기 바빴다.
당신 지역의 정치인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보세요.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는 서로 간의 ‘소통’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교육, 복지, 가로수교체 등 모두가 우리의 혈세로 이뤄지고 있지만 가까운 가족부터 ‘정치’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서로 간의 쉬쉬하며 무관심했던 정치는 후보가 범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정당공천을 받을 수 있었고 어느새 우리 지역의 대표가 되어 ‘하나의 관행’처럼 돌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러한 결과만을 받아들이며 ‘국회’를 욕하고 ‘단체장’을 욕할 것인가.
정치인과 학자는 서로 다르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언어’에 있다. 학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구하며 언어 하나하나에 사활을 걸지만,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은 자신이 할 말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혜민 스님이 말을 남겼다. “정치인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는 그 사람이 하는 좋은 말 보다는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더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우리가 투표해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