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평가][경실련·경향신문 공동 총선 정책 검증](4)질본 ‘청’ 승격, 모두 찬성…연금 사안엔 거대 양당 ‘주저’
[경실련·경향신문 공동 총선 정책 검증](4)질본 ‘청’ 승격, 모두 찬성…연금 사안엔 거대 양당 ‘주저’
코로나 겪고 ‘독립’엔 공감
건보로 비급여 진료비 지급
공공병원 신설엔 엇갈려
건보에 국고지원분 지급도
4개 정당 모두 “찬성”
‘기초연금액 40만원 인상’
민주당·통합당은 ‘중립’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 등 4개 주요 정당들이 질병관리본부를 현재의 ‘본부’에서 별도의 ‘청’으로 독립하는 안에 모두 찬성했다. 코로나19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경향신문은 21대 총선을 1주일 앞둔 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4개 정당에 사전에 보낸 공통질문을 토대로 각 정당의 보건·복지에 관한 입장을 살펴봤다.
4개 정당은 ‘감염병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질문에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이유를 놓고는 민주·정의·국민의당과 통합당 간 입장이 갈렸다. 민주당은 “청으로 승격해 독립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본부 신설 등 다양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전문성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통합당은 “국민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부의 늑장 대처로 인명피해 외에 국내 경제 위축, 국제 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감염병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만큼 질병관리본부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족한 공공의료 자원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비급여 진료비도 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공공병원 신설’에 대해서는 정당 간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찬성이었고, 정의당은 ‘중립’ 의견이었지만 그 이유로 “비급여 진료비의 건강보험 지급은 공공병원뿐 아니라 모든 병원에 해당돼야 한다”고 해 사실상 찬성이었다. 반면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중장기 로드맵 필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국공립 공공의료전담 의과대 설치’에 대해서도 민주당·정의당은 찬성하고, 나머지 두 당은 반대했다.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미지급된 국고지원분을 지급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4개 정당 모두 찬성 의견을 보였다. 16개의 보건·복지분야 질문 중 4개 정당이 공통된 입장을 보인 것은 질병관리본부 승격과 더불어 이 질문이 유일했다.
거대 양당은 국민연금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중립’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연금 납부액 인상안에 대해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중립’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중심으로 국민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했고, 통합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현재의 4지선다형 개편안이 아닌, 정부의 개편 단일안 제시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는 지난해 국민연금 개편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고, 세 가지 국민연금개편방안에 따른 재정 전망만 내놓은 바 있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기초연금액 40만원 인상’에 대해서도 민주당·통합당은 ‘중립’, 정의당·국민의당은 찬성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의 효과성 분석과 재정추계에 입각해 연금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고, 통합당도 “국가의 재정부담이 커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노인빈곤율이 높아 연금을 인상해 노후소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낙태 예방을 위해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사후응급피임약을 살 수 있게 하는 안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통합당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중립’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두 당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보호” “사후피임약은 부작용이 적다”며 찬성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 총선 정책 검증]노동 – 중립 혹은 반대…노동의제는 또 뒷전 되나
정당들, 대체로 유보적 입장
통합당 “찬성” 하나도 없어
최저시급 인상엔 반대 접어
노동 관련 의제에서는 정의당을 제외한 3당 모두 ‘찬성’보다 ‘중립’ 내지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전반적으로 노동친화 정책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노동 의제 5건에 대해 미래통합당의 경우 ‘찬성’ 의견을 단 한 번도 표명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됐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냈고, ‘계도기간 없는 주 52시간 시행’에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통합당·정의당·국민의당 4개 정당에 노동 분야의 주요 정책 현안을 질의해 확인한 결과다.
거대 양당은 민감한 의제일수록 중립 의견을 표명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줄곧 반대해온 통합당은 경실련이 ‘2021년 최저시급 1만원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자 중립 의견을 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염두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때만 해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놨던 민주당 역시 중립 입장을 취했다.
이 의제에 대해 정의당은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찬성했고, 국민의당은 “소상공인 등에게 악영향이 우려되므로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냈다.
‘중소기업에 계도기간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도, 그간 주 52시간제를 비판해온 통합당은 중립 의견을 냈다.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당초 계획된 일정대로 중소기업에 계도기간 없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자는 의견은 정의당이 유일했다.
현재는 자영업자로 취급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도 민주당과 통합당은 ‘중립’ 의견을 냈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들의 노동권 보호는 시급한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민주당은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정의당, 국민의당은 ‘찬성’ 의견을 표했다.
기업의 인사 및 경영사항 결정 시 노동자 대표의 참여 여부를 물었을 때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시하고도 ‘중립’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이 의제 역시 정의당만이 찬성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 총선 정책 검증]교육 – 대학 서열화 폐지 등 민주·정의당만 ‘개혁’ 입장
공교육 강화와 대학 서열화 폐지,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대체로 개혁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기존 체제 유지를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통합당·정의당·국민의당 등 주요 4당을 대상으로 교육 분야의 주요 정책 현안을 질의해 확인한 결과다.
영·유아 보육료를 보육기관에서 자율적으로 받도록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과 정의당은 각각 “보육의 공공성 저해가 우려된다”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서비스”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기본 가이드라인과 상한선은 지정하되 추가 부분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며 ‘중립’ 입장을, 국민의당은 “출산율 저하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보육기관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대학 입시에서 기회균등전형을 의무화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통합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지역 또는 계층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역으로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찬성했다. 반면 통합당은 “국가유공자, 민주화운동 관련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부모 등 다양한 기회균등전형이 있으므로 대학이 처한 상황에 맞게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반대했다.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당 간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찬성했지만 통합당은 국공립대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며 ‘중립’ 의견을, 국민의당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반대’ 입장을 내놨다.
사립대 등록금을 국공립대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의당만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연간 4조~5조원 이상 추가 재정이 투입돼야 하고 비리사학 또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사립대의 유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중립 입장을 표명했고,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사립대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했다.
또 민주당과 정의당은 특목고·자율형사립고가 입시명문고로 변질돼 고입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며 일반고 전환에 반대했다.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은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대학 서열화와 엘리트 교육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으로 공교육 강화에 대한 판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민주당도 기회균등전형 의무화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는데 여전히 원칙적인 선에서만 찬성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