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20대 총선] 대학생이 본 20대 총선 청년정책
대학생이 본 20대 총선 청년정책
정책선거 서포터즈
박세호
청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청년 문제와 관련한 온갖 신조어들이 즐비하고, 청년 실업을 다루는 언론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당연하게도 현재 청년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는 정치세력은 없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저마다 청년 실업, 주거, 복지, 교육 의제에 대한 공약을 나름대로 내놓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공약들이 ‘땜빵’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책선거’를 하자니 마음에 드는 청년 공약이 없어서 곤란하다.
우선 짚고 넘어가자. 일부에서 청년 문제를 마치 하나의 파이를 두고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서로 더 가지려 경쟁하는 세대 갈등으로 바라보는(때로는 부추기는) 시각이 있다. 혹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여 경쟁에서 도태된 낙오자들의 푸념 정도로 일축하여, 요즘 말로 “노오력을 해 임마” 하고 꾸짖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재 대두되는 청년 문제는 어떠한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며(애초에 ‘청년’은 균질한 계급이나 계층으로 정의될 수도 없다) 더욱이 개인 차원의 문제 역시 아니다. 이는 국가 산업 구조와 노동력 공급 간의 미스매치에 따른 국가적 사태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청년 문제가 지속되면 내수 침체, 출산 저하, 산업 붕괴, 사회적 불안 등 국가 공동체 전반에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요컨대 청년 문제는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의 생사여탈의 고리인 셈이다. 따라서 세대 간 경쟁 또는 개인 간 경쟁 등의 협소한 틀을 벗어나야 하며,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정책이 무엇일지를 대승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일단 ‘취업난이 청년들의 주요한 문제이며, 여타 문제들은 취업난으로 인해 부차적으로 파생된 문제’라고 전제하고 청년 실업 대책을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주거, 복지, 학자금 등은 청년 문제에 국한된다기보다 보편적인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 자료집에서 “청년의 구직 애로는 제한된 정보, 경험 부족, 금전적인 부담 순으로 나타나, 취업 촉진을 위해서는 일자리 정보 제공, 멘토링 등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현황을 파악했다. 따라서 구인구직정보, 직업 맞춤훈련, 취업연계 등을 지원하는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전국 규모로 확대하여 지역 내 청년과 기업 간 일자리 매칭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공약이다. 행간을 읽건대, 취업 정보 접근과 자기계발의 ‘노오력’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수준에 맞는 적절한 일자리를 연계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미안하지만 묻고 싶다. 정말로 청년들이 정보가 없어서 취업난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는지. 물론 일자리 정보 제공이나 멘토링이 있으면 좋다. 그러나 이미 각종 취업 정보나 멘토링 서비스 등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청년 실업의 근본 원인은 일자리 불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대인 한편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산업 구조다. 그럼 청년들이 정보가 없어서 중소기업을 못 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 당연히 아니다. 한정된 ‘좋은 일자리’를 두고 일어나는 과열 경쟁이 청년 실업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청년희망아카데미”에서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며 질 낮은 일자리에 “취업연계” 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도 무책임하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비 임금 비율이 49.1% 이며 중소 사업자 근로자 대비 대기업 근로자 임금 비율은 174.3% 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직장에 따라 향후 비전의 차이, 소속과 벌이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사회적 시선과 대우 등의 사회문화적 요인까지,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다각도의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취업을 앞두기까지 대부분의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기에 선택은 더욱 신중하다. 이와 같은 현황에서 한국 청년들이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에 몰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 쉽게 말하자면, “청년희망아카데미”에서 질 낮은 일자리를 추천 받은 청년은 어차피 그 조언을 무시할 것이다.
더민주당의 공약도 미덥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더민주당 공약 자료집에 따르면 “더 좋은 청년일자리”를 70만개 창출하고 취업활동지원금 지급하겠다고 한다. 공공부문에서 34만개, 대기업에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도입하여 25만개,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다수의 법 제정으로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결단, 기업의 양보, 노동자의 희생을 이끌어 내겠다고 한다.
“가능하겠어?”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양적 접근은 어느 때에나 있었다. 더욱이 더민주당 스스로 말하듯 기업의 양보와 노동자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그로 인한 저항과 갈등을 관리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렵다. 기업, 기존 노동자, 예비 노동자(청년) 세 행위자 간 제로섬 게임이라는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제 살 깎아먹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앞서 말했듯 청년 실업의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미봉책에 불과하다. 70만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낸다한들 그것이 “더 좋은” 일자리가 되리라는 것은 더민주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터무니없는 공약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약들도 큰 틀에서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위와 대동소이하다. 정치권이 정말로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내놓아야 한다. 좁은 바늘구멍에 부와 명예, 기타 모든 사회적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한편 그 바깥의 사회적 안전망은 부실한 현재의 경제구조를 일신할 비전이 필요하다. 물론 고질적인 일자리 불균형 및 양극화를 단번에 해소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도 거대하고 복잡한 경제를 재편할 수 있는 뚜렷한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오니 대충 공약들을 재활용하거나 구색만 갖추는 ‘땜빵’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라도 정치권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표를 얻을 수 있는 길이고 한국 사회가 살아날 방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