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운동본부][19대 대선] 시민인터뷰_2.워킹맘(Ⅱ)”저출산, 실제로 부모들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주워줘야 해결될 문제”
정의가 시작되는 5월
후보선택도우미 19대 대선 시민인터뷰
2. 워킹맘(Ⅱ)
이번 19대 대선은 어느때보다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선거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앞당겨진 대선인만큼 우리 사회가 더 이상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시민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핵심 개혁 의제에 대해 시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번 대선을 통해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가져야 하는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봅니다.
세 번째로 만난 시민은 송현미씨(33, 경력 9년차), 현재 만 1세 된 자녀 한 명을 둔 워킹맘입니다.
Q. 직장에 다니시면서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있나요?
A. 현재 베이비시터를 두고 남편과 함께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출산이후 줄곧 집에서만 아이를 돌봤어요. 물론, 제 주변에 직장 동료들은 회사 내 직장어린이집을 보내기도 하는데, 저희 아이는 아직 한 살밖에 되지 않아서 제 마음이 쉽게 내키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육아휴직도 생각해봤었죠. 그런데, 경제적 부담감이 좀 있을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저희 집 가장이거든요. 현재로서는 제가 당장 쉬게 되면 베이비시터 비용을 매달 충당할 수 있는 가계구조가 못돼 아직까지는 육아휴직을 쓸 형편이 아니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제 남편이 육아휴직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아마 우리 남편이 육아휴직 쓴다고 하면, 당장에 회사에서 사표 내라고 그렇겠죠.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쓰는 수밖에 없어요.
Q. 양육비용이 비용이 만만치 않겠어요?
A. 네, 맞아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좀 되기는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워킹맘까지 하려면 그 정도는 감안해야죠. 현재 가정양육수당 15만원을 보조받고 있습니다. 그 돈으로 베이비시터 비용을 충당하는 데 많이 부족하지만, 아이 기저귀 값이나 분유 값에 보태 쓰고 있어요. 가계 부담을 더는데 일부 도움이 되죠.
Q. 최근 대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가정양육비 2배 인상 공약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실제로 엄마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A. 글세요 … 현재 제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지금 받고 있는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물론, 양육수당을 현재보다 2배로 더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겠죠.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 돈이 가계 형편을 뒷받침하는데 중요하게 쓰일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물론, 또 다른 시각에서는 현행 영․유아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 간의 불균형에 형평성을 맞추려는 시도는 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왜, 영․유아 보육료에 보다 가정양육수당이 적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안 보내면 무조건 손해다”라고 말하는 엄마들도 있잖아요? 그런 엄마들을 유인하는 데 좀 효과가 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돈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네요. 현재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정양육수당이 비교적 적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은 매우 드물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더라도 애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엄마들 마음은 정말 편치 않아요. 100%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어딨겠어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이유가 다른 선택권 자체가 없어서 그렇지,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네요. 지식을 직접 키우려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늘 똑같아요. 돈으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죠.
Q.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들이 매월 10만원 수준의 아동수당 지급 공약으로 내 세웠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가요? 아동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저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혹시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10만원을 더 준다는데 저야 좋죠. 이 금액을 받게 된다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복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출산 대응 정책이니 뭐니 표심 잡기로 공약을 내 걸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호도하려는 것은 안 됩니다. 우리 시민들 중 10만원 더 준다고 해서 애 낳을 사람 아무도 없어요. 실효성이 없죠. 물론, 제 남편이랑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모 지자체처럼 1천만원 더 준다고 하면 저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이 있어요. 저는 아이를 하나라도 더 낳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우리 남편은 육아 걱정 때문에 반대하더라고요. 전통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려는 고민은 가정과 개인 삶의 한 축을 이루는 거잖아요. 여기에 국가가 또 다른 한 축을 떠 받쳐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정면으로 나서서 엄마들의 출산까지 부추기는 것은 옳지 못해요. 한 때 산아제한 정책으로 정부가 정관수술을 지원하는 등 과거의 잘못된 잔재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잘 아시잖아요. 국가가 아이를 낳아라 말아라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네요. 그 문제의 본질은 가정의 영역과 우리의 삶 속에 있으니까요. 우리 맞벌이 부부들의 실질적 육아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만약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적용 범위와 대상과 관련하여, ①선별복지와 보편복지 중 어느 입장에 찬성하는지, ②만 18세 미만의 고등학생 자녀에게까지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요?
A. 저는, 보편복지에 찬성하는 쪽이에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제도의 목표가 저출산 대응책을 겨냥했다면 취약계층만을 위한 선별복지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취약계층에게만 선별복지 혜택을 제공하려는 것은 취약계층의 출산율만 끌어 올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분배의 효과가 전혀 없죠. 또한, 투자 수익률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 8분위 소득기준 중 최하위 계층에게만 아동수당을 지급했을 때 이와 같은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겠죠. 국가가 내수진작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풀어야 합니다. 한편, 만 18세 취학아동에게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은 아동수당 제도로서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요. 아동복지의 관점에서 보자면, 취약 아동들을 대상으로 10만월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에요. 미취학 아동인 만 0~5세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이 돈이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일 수도 있고, 그 결과 출산율의 효과를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로서 작용할 수도 있어요. 반면, 취학 아동에게는 경제적 능력이 생기게 되면서 생명수당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죠. 저는 취학과 미취학을 기준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적극 찬성이에요. 결국에는, 이 제도의 목적이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다 소용없는 일이에요. 아동양육 수당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이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부터 정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Q. 혹시 대통령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내줬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신가요?
A. 네, 「근로시간 단축」이요. 현재 저 같은 부모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육아문제가 뭔지 아세요? 바로 ‘시간’이에요. 실질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바로 문제의 원인이에요. 최근,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공무원 ‘유연근무제’가 저는 참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 같은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죠. 반대로, 제가 야근을 해야만 하는 날에는 그만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베이비시터에게 연장 근무를 부탁드려야 해요. 그만큼 수당을 더 챙겨드려야 하죠. 제가 야근을 해서 발생하게 되는 비용과 수익을 계산해 봐도 여러모로 손해랍니다. 저부터가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면서, 그런 부탁을 드리려는 게 정말 송구스러울 따름이죠.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차차 점진적으로 단축시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과 여건을 차차 개선해 나간다면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육아시간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실질적인 육아의 고충을 덜 수 있고요. 한편,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그 만큼 육아에 필요한 복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돼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겠죠. 이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확대재생산 비용을 막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근로시간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해요. 노동시간이 많이 투입된다고 해서 사회적 부가 창출되던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AI 보셨잖아요? 4차 산업혁명 말이에요. 노동법으로 꼭 제정했으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출산 문제, 실제로 부모들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주워줘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