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평가][경실련 KBS 공동기획] 공약, 이번엔 믿어볼까요?
민주·통합·정의 정책 공약 ‘완전이행’ 열에 하나 꼴
■공약, 이번에도 말뿐인가요?
4년마다 벚꽃이 필 때면 돌아오는 약속들이 있다. 공약(公約). 정당과 후보자가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바람을 실현하겠다며 내놓는 약속이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는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약속들이지만 공약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냥 말뿐인 정치? 그 느낌이 좀 강해요. 왜냐하면, 서민들이나 상인들을 위해 말만 하고 지켜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지한/통인시장 상인)
또다시 지켜지지 않을 공약들이 쏟아질 것이 아니냐는 불신 때문이다. 공약은 그저 공약(空約)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은 사실일까?
■민주・통합・정의, 공약 미이행률 40%대 … 완전 이행은 10% 수준
KBS 탐사보도부는 20대 국회를 돌아보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지난 4년간 각 정당의 공약 이행 실적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 정의당 3개 정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핵심 10대 공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과제 234개였다. 20대 국회에서 활동한 바른미래당은 20대 총선 당시 존재하지 않았고, 국민의당은 선거 이후 민주평화당 등에 흡수되었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각 공약의 이행률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먼저 실제 해당 공약이 얼마나 실행됐는지 분석한 ‘현실화 기준’이다.
입법공약의 경우 법안을 발의해 통과된 공약은 ‘완전이행’, 발의했지만 내용이 수정돼 통과된 공약은 ‘부분이행’, 발의하지 못했거나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공약은 ‘미이행’으로 분류했다.
정책공약은 공약에서 제시한 수치만큼 예산 혹은 정책에 반영된 공약은 ‘완전이행’, 부분적으로만 반영된 공약은 ‘부분이행’, 반영 수준이 미미해 거의 반영되지 않았거나 정책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 공약은 ‘미이행’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현실화 기준에 따라 공약 이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모두 40% 수준의 공약 미이행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정당별 공약 미이행률은 더불어민주당 44.6%, 미래통합당 42.9%, 정의당 40.6%로 나타났다.
미이행률이 가장 높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핵심 10대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내놓은 세부 과제 56개 중 25개가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거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행으로 판단한 31개 공약 중에서도 26개는 내용이 일부 수정됐거나 부분적으로만 반영됐고(46.4%), 처음 약속한 그대로 이행한 ‘완전이행’은 전체 56개 세부 공약 중 5개(8.9%)에 불과했다.
미래통합당은 핵심 10대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제시한 세부 과제 77개 중 33개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행된 공약 44개의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중 33개가 공약이 일부 수정된 부분이행(42.9%)이었고, 공약이 그대로 통과된 완전이행 공약은 11개에 그친 것으로(14.3%) 나타났다.
정의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내세운 101개의 세부 과제 중 41개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고, 이행된 60개의 공약 중 44개가 부분이행 공약(43.6%)이며, 완전이행 공약은 16개(15.8%)였다.
세 정당 모두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공약을 이행한 경우는 10% 수준대에 머무른 것이다.
■공약, 이행 의지는 있었나?
그렇다면, 각 정당은 공약을 이행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KBS와 경실련은 공약의 실행 여부만 고려한다면 국회 내 소수정당의 공약이행 의지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로 각 정당이 해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살펴보는 ‘노력 기준’도 함께 적용했다.
입법공약의 경우 법안을 발의해 통과되거나 수정돼 통과된 공약은 ‘이행관철’로 평가했고, 미이행된 공약이더라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 발의 등 노력이 있었다면 ‘이행노력’으로, 아무런 이행 노력이 없었던 것은 ‘의지없음’으로 판단했다.
정책공약은 예산 혹은 정책에 전체 혹은 일부라도 반영된 것은 ‘이행관철’로, 정책 혹은 예산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노력을 했다면 ‘이행노력’, 아무런 노력이 없었던 경우는 ‘의지 없음’으로 처리했다.
이러한 노력 기준에 따라 공약 이행률을 들여다보니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공약의 28.6% 비율로 이행 노력이 전혀 없는 ‘의지없음’ 결과가 나타났다. 전체 공약 56개 중 16개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또 미래통합당은 77개 공약 중 16개에 해당하는 20.8% 비율로, 정의당은 전체 101개 공약 중 11개인 10.9% 비율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현실화 기준을 통해 살펴본 공약 미이행률과 함께 분석해 본다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미이행된 공약 25개 중 16개, 미래통합당은 미이행된 공약 33개 중 16개, 정의당은 미이행된 41개 공약 중 11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행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다.
■’민생 공약’ 뒷전…21대 총성 공약 이행 의지 검증
각 정당이 이행하지 않은 공약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핵심 10대 공약 중 특히 ‘국민연금 공공임대주택과 보육시설 확충’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약은 국민연금기금 국채투자의 하나로 공공임대 주택과 보육시설의 확충을 약속한 것인데 2016년 5월 ‘국민연금 공공투자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국민연금 투자법이 발의되었지만 국민연금 투자로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보육시설은 지난 4년간 전혀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핵심 공약 중 국민맞춤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은 해당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청년희망아카데미 전국 확대와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확대, 어르신 일자리 확대 등을 약속했지만,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에 상담 업무를 추가한 것 외에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
이처럼 아쉬운 공약 이행 성적표를 남긴 20대 국회. 6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발표한 총선 공약들은 과연 4년 뒤 현실로 옮겨질 것인가?
20대 국회 각 정당의 공약 이행 실적, 민생 공약 미이행으로 되풀이되는 고통, 그리고 이번 21대 총선 정당별 정책 공약에 대한 이행 의지를 검증한 결과는 내일(10일) 밤 10시 10분 시사기획 창 ‘공약, 이번엔 믿어볼까요?’을 통해 공개된다.
비정규직 공약 12년 미이행…감염병 공약 ‘말바꾸기’
■ 민주당,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약 12년째 미이행
노동 문제를 둘러싼 공약은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을 확연히 드러낸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노동시장의 화두였던 ‘비정규직 차별’문제에 대해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과 처우를 적용한다는 ‘3동 원칙’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20대 국회 내내 당론으로 유지했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2019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합니다” 라고 비판하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100석 넘는 원내 의석을 확보하고 정권까지 얻었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20대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려던 법안 3건은 소관 상임위를 모두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비정규직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어느 정도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홍영표 전 대표는 공약 미이행에 대한 입장을 묻는 KBS 취재진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이것을 근로기준법이나 이렇게 법으로 그대로 도입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우리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도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러다 보니 제도적으로 국회에서 뭐 동일가치 노동, 동일노동 이것만 법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또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 대표)
우리 노동시장 비정규직 문제를 연구해온 비정규직 센터 이남신 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미이행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사실은 노동 공약이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면 노사 관계를 비롯해서 이게 이해당사자 간에 굉장히 날선 이런 이제 이해 관계가 상충이 되는 그런 이제 공약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면밀하고 세심한 이행 로드맵이 있어야 됩니다. 그러니까 그냥 선언만 한다고 될 게 아니죠.” (비정규직 센터 이남신 소장)
■ 동일노동·동일임금 공약 미이행…비정규직 PD의 비극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
CJB 청주방송에서 14년 동안 프리랜서 PD로 일했던 故 이재학 PD가 유서에 남긴 말이다. 이 PD는 대학 졸업 직후 조연출로 시작해 꼬박 14년 동안 청주방송에서만 일해왔다.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 외부에 나가는 공문까지 모두 그가 직접 작성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랜서 비정규직 PD라는 그의 신분 뿐이었다.
같은 년차의 정규직 PD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일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가 손에 쥐는 월급은 20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 2018년, 그는 회사에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스탭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갑작스러운 해고였다.
이 PD는 회사를 상대로 청주방송에서 일했다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유족인 동생 이대로 씨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공약을 믿고) 국민들이 거기에 투표를 해준 거고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뭐가 나아졌냐는 거죠. 비단 저희 형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수많은 비정규직분들이나 특히 구체적으로는 언론 방송계에서 행해지는 프리랜서들 문제 정말 많잖아요”라고 말했다.

■ 통합당, ‘감염병 전문병원’ 공약과 모순 행보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정당 정책 공약으로 ‘감염병 불안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내세웠다. 세부 과제 가운데 ‘5개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설립’이 눈에 띈다.
2020년 우리 사회 감염병 공포가 코로나19라면, 5년 전 2015년 여름은 메르스 공포가 찾아왔다. 38명이 사망한 끝에 종식이 선언됐고 정부는 ‘메르스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을 위한 예산 101억 원을 추경안에 증액 포함시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정부는 이 예산 증액을 반대했다. 예결위에서 감염병전문병원 관련 예산 101억 원은 삭감됐다. 집권 여당이자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정부 예산 삭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발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예결위 간사 안민석 의원은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전문병원 설립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1년 후에, 3년 후에, 5 년 후에 또다시 이런 혼란이 왔을 때 지금 전문병원을 반대했던 정부의 책임자들은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될 것입니다.” (안민석 의원/2015. 7. 24.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취재진은 관련 예산 삭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미래통합당이 감염병전문병원 5개 권역별 설립을 이번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는 모순된 행보에 대해 묻기 위해 미래통합당 공약 총괄 책임자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을 어렵게 만났다.
김재원 의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 감염병 전문병원 예산은 그때 당시에 충분히 계상을 한 것으로 아는데요?’라고 반문했다. KBS 취재 결과 감염병전문병원 예산은 2015년 추경은 물론, 2016년 본예산에도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 검역 인력 확충·저소득층 마스크 ‘말바꾸기’ 공약
미래통합당의 ‘감염병 안심사회’ 공약에는 ‘검역 인력 확충’,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 확대’도 포함돼 있다.
미래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은 야당이던 지난 2017년 검역 인력 27명 증원 예산을 반대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3년간 모두 반대했다. 이로 인해 검역 인력 예산 증액 요청분 가운데 모두 55명분 증원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2017년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해 이현재 당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017년 7월 14일 추경 브리핑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금번 추경안에서 공무원 예산은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검역 업무가 폭증한 지금, 검역 인력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원은 487명이지만 현재 인원은 409명으로 80명 가까이 모자란다.
저소득층 마스크 지원에서도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올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저소득층 마스크 보급 예산 5백74억 원을 전액 삭감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반대해 오거나 막아오고 있다가 이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국민들의 정서가 그리고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슬그머니 자기네 공약으로 집어넣었다’고 비판했다.

[탐사K] 전월세 공약 3연속 미이행…소상공인 공약 절반 부분이행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은 수많은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공약 중에는 특히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이른바 ‘민생 공약’도 많았다. 정당의 약속은 앞으로 4년간 21대 국회에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까?
KBS 탐사보도부는 각 정당이 내놓은 21대 총선 ‘민생 공약’들의 이행 의지를 점검했다. 이를 위해 유사한 공약을 18대~20대 총선에 제시한 뒤 얼마나 이행했는가, 해당 공약을 놓고 18~20대 국회 의정활동에서 모순된 입장을 취한 사실은 없는가 등을 확인했다.
■민주당, 무주택 세입자 주거 안정 공약 3연속 미이행
주거 문제는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다. 사는 곳이 불안하면 생활도 불안해진다. 이 때문에 주거공약은 대표적인 민생 공약이자, 선거를 앞두고 항상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재계약 시 전·월세를 5% 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하는 ‘주택임대료상한제’와 ▲2년 전세기간이 끝나도 세입자 쪽에서 재계약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권’을 약속했다. 모두 전체 가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무주택 서민과 임차인을 위한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을 포함한 앞선 3번의 총선에서도 모두 이 공약을 약속했다. 12년째 3차례 반복된 공약이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16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제사법소위원회에서 해당 내용들이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19대 때부터 수차 논의됐던 법안들입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 여부와 전월세상한제의 도입 여부입니다. 그런데 몇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하나도, 제가 법사위를 2012년도·13년도에 했는데, 지금 이제 3년이 지났거든요. 그런데 전혀 변함이 없네요, 전문위원조차도 전혀 변함이 없고, 이유가 뭡니까?” (2016.11.15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을 통해 ‘주택임대료상한제’와 ‘계약갱신요구권’을 명시한 법안은 12개. 하지만 모두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치열하게 통과시키려 싸우지는 못했다는 반성’
세입자 주거안정 공약 이행을 담은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데 답답함을 토로했던 박범계 의원을 찾아가 법안 통과가 막히는 이유를 물었다.
“아시다시피 홍역을 치르면서 패스트트랙까지 가서 통과된 공수처법이라든지, 또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각종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같은 건 다 통과가 됐죠. 그 정도로 몸싸움을 해가면서 많은 의원들이 기소되고, 그렇게 하면서까지 강력하게 추진했느냐라고 물으면 솔직한 얘기로. 언제나 당론 1순위이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 치열하게 통과시키려고 싸우지는 못했다는 그런 반성의 여지는 좀 있어 보입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의원)
민생 법안이지만 치열하게 싸우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며 보수 야당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저희도 다 상당한 책임은 있죠. 그래서 그것을 보수 야당을 설득해서라도 했어야 되는데 아직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이제 죄송하다는 말씀을 또 드릴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다음에도 사실 보수 정당을 설득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의원)
과연 야당의 반대만으로 공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책임은 면제받을 수 있을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민주당의 의지 부족을 비판한다.
“뭉갠 거죠, 이 정책은,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는 좀 무책임한 모습? 법안이 통과되어야 그게 결국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건데, 그렇지 않고 법안 낸 것으로 의무를 다한 것처럼 하고 그걸 야당, 이걸 반대하는 야당의 책임만으로 다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얼마나 설득하려고 했고 이것을 정말 통과시키려고 했는지에 관해서 책임을 좀 물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통합당, ‘소상공인 살리기 원년’ 선포…20대 공약 이행은?
미래통합당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소상공인들을 겨냥한 공약을 강조했다. 2020년을 ‘700만 소상공인 살리기 원년’으로 선포하고 부가가치세법의 간이과세자 적용 대상을 현행 매출 4천8백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각종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직접 서울 창신동 한 시장 골목을 찾아 이 같은 21대 소상공인 총선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 소상공인 공약을 얼마나 이행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근거는 유사한 과거 공약에 대한 이행 여부다. KBS탐사보도부는 4년 전 미래통합당 전신 새누리당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내세운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경실련과 공동으로 따져 봤다.
당시 새누리당은 10대 정책공약으로 ‘소상공인을 응원합니다.’라는 주제 하에 관련 공약들을 발표했다. 핵심은 ‘영세 소상공인이 임대료 걱정 없는 환경 조성’으로, <자율상권법> 제정이 제도적 근거였다. 임대인과 상인이 자율적인 상생협약을 맺고 상권 관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였다. 같은 법을 기반으로, ‘자율상권 선도구역’을 선정 육성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늘리고 폐업 뒤 재창업하는 자영업자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절반만 부분이행…’그걸 왜 내가 해명을 합니까?’
경실련 분석 결과 20대 소상공인 공약 세부과제 4가지 가운데 제대로 이행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절반인 두 가지 과제만 부분이행됐다. 핵심 공약인 자율상권법 제정은 2020년 4월 10일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재창업자 지원 강화도 마찬가지다. 임대료 상승 억제는 자율상권법이 아닌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행됐고, 세제혜택 확대는 당초 공약보다 후퇴된 채 역시 부분적으로 이행됐다.
탐사보도부는 자율상권법 제정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의정활동을 추적해 봤다. 2016년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인 이정현 의원이 공약 이행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더불어민주당도 냈지만, 여야 간 논의는 2019년까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법안 발의 3년 만에 간신히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자율상권법률안은 20대 국회가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이다.
새누리당 20대 총선 소상공인 공약인 자율상권법 제정 미이행에 대해 미래통합당 산자위 간사인 김기선 의원은 “당시 우리 산업위원회에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법사위 소관 법으로 돼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이거하고 충돌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법제화되지 않은 데 대해 해명하고 싶은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그걸 내가 왜 해명을 합니까? 민주당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러면 20대 국회의 문제다 이게 국회 시스템의 문제다, 그렇잖아요. 새누리당의 공약 이런 식으로 보면 안 되고 그리고 어떻든 이 부분은 산업위 차원에서 마무리가 됐다, 국민하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김기선 /미래통합당 산업위원회 간사)
■ 공약, 이번엔 믿어볼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석 달 동안 주요 정당들의 공약 이행 의지를 검증하고자 했다. 이번 21대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공약 이행 의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시사기획 창『공약, 이번엔 믿어볼까요?』다시보기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