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2014 지방선거] 정책선거는 ‘가능성’의 실현이다
정책 선거는 ‘가능성’의 실현이다
경실련 정책선거 서포터즈
박혜연
2012년, 첫 경험을 했다. 19대 총선이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4월 13일을 기다린다. 이번 선거를 맞아 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정책선거 서포터즈’ 활동도 시작했다.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선거를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래들과 함께 다양한 유권자들을 인터뷰하고, 투표 참여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사회를 위해 내 몫을 한다는 뿌듯함으로 선거철을 즐기고 있다.
정책선거 서포터즈는 말 그대로 ‘정책 선거’와 그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후보들의 매니페스토(manifesto, 공약)를 잘 보고 뽑자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이다. 처음 정책선거란 단어를 들었을 때는 다소 막막했다. 내가 직접 공약을 평가하고 마땅한 사람을 골라야 하는, 나 혼자 잘 해야 하는 의무만 같았다. 더불어 회의도 들었다. “공약을 만들어도 다들 보지도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 실현되면 참 좋지만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상에 가까운 단어로 느껴졌다.
그러나 정책 선거에 대해 하나하나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내가 큰 오해를 했음을 깨달았다. 특히 내게 정책선거가 가진 힘과 가능성을 느끼게 해준 해외 사례가 하나 있었다. 2005년 일본 에니와 시(市)의 시장선거에서 승리한 나카지마 코세이 전 시장의 이야기가 바로 그 것이다.

당시 나카시마 공약집
나카지마의 상대는 3선을 노리는 현직 시장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여당인 자민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특히 에니와시는 보수적인 여당 텃밭으로, 그 누구도 현직 시장의 당선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카지마의 선거운동 조직은 후보자를 포함 가족 3명과 자원봉사자 1명, 4명에 불과했다. 선거 막판까지도 사무실에 모인 사람은 겨우 40명이었다. 골리앗과 같은 현직 시장 앞에서 과연 다윗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모두가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카지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책에 모든 것을 걸겠다.” 그는 타 후보들이 선거 유세를 다닐 때 사무실에 틀어박혀 전력을 기울여 매니페스토를 만들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매니페스토 2005, 아이의 행복이 퍼져가는 마을> 이라는 16페이지짜리 정책 홍보물이었다. 동화책처럼 삽화를 넣어 알기 쉽게 꾸민 이 책자를 배부한 것이 그의 선거운동의 전부였다. 상대 후보가 거창하고 큰 약속들을 할 때, 그는 생활의 문제에 집중했고 어린이 교육과 여성의 문제를 하나하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결국 다윗이 골리앗을 눌렀다. 그 싸움에서 나카지마 전 시장은 공약집 하나로 승리를 일궈냈다. 그가 얻은 표는 18,146표, 상대 후보는 13,971표로 4,000표 이상의 대승이었다. 선거 이후 에니와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소문이나 인근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했고 아동복지의 선구자격 도시로 거듭났다.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가 일궈낸 기적 같은 승리였다.
나카지마 전 시장의 사례는 정책선거의 중요한 두 가지 면모를 보여준다. 첫째로, 정책선거는 비단 유권자만의 몫이 아니다. 그만큼이나 좋은 공약을 제시해야할 후보자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후보는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권력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때문에 후보자들은 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또 적절하게 공약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유권자들이 알기 쉽게, 예측하고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정책 선거는 가능성의 실현이다. 나카지마의 성공 사례처럼, 정책 선거는 3선 시장도 이길 수 있다. 40명 남짓 소수의 선거운동으로도 몇백명을 이길 수 있다. 이제 후보자들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상대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 전략이 아니라 지역문제와 지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공약, 유권자와 제대로 소통하는 생활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정책 선거는 인물이나 재력, 인기에 영합하는 것보다도 더 성공적이고 확실한 선거 승리 방법이다.
여전히 인물이나 지방 연고에 의한 투표가 많다. 이번 선거는 갖가지 생활상을 반영한 알찬 공약이 많았으면 좋겠다. 청년과 중년의 문제, 아이와 엄마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제대로된 매니페스토를 기대한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나카지마 시장의 성공 사례에 견줄만한 멋진 매니페스토 선거를 지켜볼 수 있을까. 다가오는 4월 13일, 잘 보고 잘 뽑자. 그리고 그 이후까지 좋은 공약의 실현을 위해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가 노력하는 총선이 되기를 희망한다.